- 2016/01/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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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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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오픈한지 올 3월이면 2년인데 별 일이 다 생긴다. 큰 일은 아니라도 별 일. 전기가 나가서 오신 환자분들 아무 것도 못해드리고 돌려보내기도 하고 물침대가 터져서 물리치료실이 물바다가 되기도 하고 씽크대에 파라핀을 부어서 막히는 바람에 벽을 뜯어내고 뚫기도 하고.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변기가 막혀서 뚫어뻥으로 뚫다가 똥물이 역류해서 온 화장실에 펑펑 넘친 일이다. 부글부글 하더니 멈추지 않고 변기에서 올라오는 똥물. 결국 돈을 주고 뚫어야 했다.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생긴다. 남들이 보면 별 일 아닌데 나한테는 별 일인 것들. 지나가고 나면 별 일 아닌데 그때는 별 일인 것들.
- 2016/01/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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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있는 빌라 계약 기간이 다 되어서 새로운 집을 구하는 중이다. 김해에 처음 올 때 상일이와 여기저기 피터팬에 올라온 방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전에는 신혼부부가 살고 있었다. 거실에는 TV가 있고 방에는 퀸사이즈 침대와 핑크빛 이불이 인상적이었다. 본가에는 보일러를 틀어도 온수가 나오기까지 1,2분은 걸렸기에 따뜻한 물이 잘 나오는지 확인도 해봤다. 따뜻하고 포근했던 곳.
살아보니 보기랑 달랐다. 방에는 찬 바람이 많이 들고 거실에는 햇빛이 잘 들지 않고 온수는 잘 나왔지만 욕실은 겨울이 되면 추워서 샤워할 때 찬 공기 때문에 물을 끌 수가 없었다. 밤중에 잠이 깨서 왜 그럴까 했더니 이불 밖으로 나온 손이 시려서 깬 거였다. 여름에 비가 내리면 베란다로 비가 새서 바닥에 고이고 욕실쪽 벽과 구석진 곳에는 곰팡이가 폈다. 옷걸이에 걸어둔 옷은 축축해져있는 건 일상.
새로운 집을 구할 때는 햇빛이 잘 들고 우풍은 덜 들고 습기도 잘 안 차는 곳이라면 좋겠다 했다. 계약기간이 이제 한달 남짓 남았는데 몇군데를 돌아다녀보니 다 고만고만하다. 어둡거나 교통이 불편하거나 좁거나 오래 되고 낡았거나. 이 집에서 살고싶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 때면 묘한 느낌이 든다. 이제 곧 떠날 곳이구나. 마냥 좋진 않았지만 우리 집이었는데, 그래도 이만한 집이 잘 없는데 하는 아쉬움. 처음 봤을 때, 신혼부부가 살던 때의 그 포근함을 내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다. 보일러 틀고 환기 잘하고 했으면 더 따뜻했을 집인데 외롭게 쓸쓸하게 집을 내버려둔 거 같아 미안했다.
이제는 피터팬에서 직방으로 방을 찾아보는 곳도 바뀌었고 시간도 흐르고 나이도 더 먹었다. 지나가는 것들이 하나하나 아쉬워지고 정든 것들이 그립다.
- 2014/09/1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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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베테랑 직원 L이 그만둔다. 오늘부터 새로운 K가 일하기 시작했다. 일을 열심히 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도통 표가 나질 않는다. 면접볼 때는 밝고 활발해보이더니 같이 있어보니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우왕좌왕하는 건지, 얼어있는 건지. 환자가 뜸해질 무렵 K와 며칠 먼저 들어온 다른 신입 P를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는 따끔하게 교육을 하려고 했는데 내가 아직 따끔한 것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두루뭉실한 교육이 되어버렸다.
텐스에 대한 교육자료를 읽고 환자분께 하는 안내 코멘트를 돌아가며 연습시키고 있었다.
"어머니, 전기치료는 조금 찌릿할 수 있습니다. 너무 세다 싶으면 말씀하세요. 조절해드릴게요."
며칠 선배인 P가 영혼없는 목소리로 책을 읽었다. 이어서 K가 책을 읽었다.
"... 짜릿할 수 있습니다."
짜릿하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P와 K의 웃음보가 동시에 터졌다. 30분 정도 되는 교육시간 중에 제일 생기 넘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오니 따끔하게 혼내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왠지 잘할 것 같다는 이 근거없는 믿음이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으면 좋겠다.
- 2014/09/0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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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조금 있다 간호사가 와서 바닥으로 물인 고인단다. 과유불급이라고 막힌 걸 뚫어놨더니 이제는 샌다. 수리기사분은 세금계산서 남겨두고 가버렸고 내 마음에는 새로운 짐덩어리 하나가 매달렸다. 진정시켜둔 마음에 파문이 격렬하게 일어난다. 일진이 도대체 왜 이래.
수리가 무사히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잔잔해질까.
- 2014/09/0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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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그것을 찾으려고 하나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서는 찾지 않는다.
돈 잃어버린 건 이미 일어난 것이고 남은 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나를 괴롭히지 않는 것.
만원을 내고 좋은 걸 배웠다. 이렇게 배우는 것도 좋다.
그렇게 오늘 아침까지는 배웠다고 생각했다. 돈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라고. 그랬는데 아침에 직원의 실수 혹은 부주의로 싱크대가 파라핀 양초로 막혀버렸다. 수리비는 예상 30만원,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고. 돈 30만원이 날아가고 벽을 뜯어서 공사를 해야할 판이다. 만원이랑 30만원은 조금 달랐다. 300만원은 또 다를테고 1억, 10억쯤 되면 완전히 다를게다.
네이버 메모장에 사랑합니다 라고 적어서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띄워뒀는데 지금은 전혀 사랑스럽지 않았다.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 이미 일어난 일이고 남은 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그게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마음을 괴로운 자리에 묶어두고 있었다.
30만원을 내고 좋은 걸 배우는 중이다. 어제 연습문제는 할 만하더니 오늘 실전은 조금 벅차다.
- 2014/08/2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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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과일야채 샐러드를 먹다 발견한 것.
사과 - 수입/
토마토 - 터키/
체리 - 미국/
파인애플 - 필리핀/
당근 비트 샐러리 브로콜리 시금치 케일 혼합 - 미국/
레몬 - 미국/
복숭아 -독일산/
칠레산 포도가 들어간 것도 있다. 이 한잔에 세계를 담는 세상.
- 2014/08/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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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할머니가 하신 말씀.
"지갑은 있고 돈만 잃어버렸는데 10만원이 없어졌네. 우리같은 할매한테 10만원이 보통 큰 돈이가. 집에 가서 아들내미한테 얘길 했드만 돈도 하나 못 챙긴다고 타박을 주네. 돈 잃어서 속 상하지, 자식놈한테 쓴소리 들어서 마음 아프지, 애들 키워봐야 소용이 없다."
S할머니는 목소리도 크고 신나는 분이라 침 맞으러 오시면 한의원이 기분좋게 들썩거리는데 오늘은 목소리도 비교적(?) 작고 힘이 없었다. 타박을 준 저 아드님은 건축사무실을 운영하는 능력있는 분이라고 예전에 할머니한테 들은 적이 있다.
"이럴 때는 그냥 어머니, 그런 걸로 마음 상하지 마이소 하면서 그냥 10만원 주면 안되나. 어차피 주는 용돈 10만원 더 줘도 되고, 아님 조금 일찍 줘도 되는거로 가지고."
듣고 보니 맞다. 10만원 용돈이 저때만큼 위로가 될 때가 더 있을까.(물론 있기야 하겠지.) 한의원에서 들을 땐 할머니 입장에 동화되어 맞다 싶은데 집에 가서 내 경우가 되면 나도 저 아드님이랑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 가까운 사람한테 잘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 2014/06/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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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오기가 어째 이래 어렵노. 한참을 돌아다녔다."
숨을 잠시 돌리시더니.
"통통한의원인 줄 알고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쾌통한의원이구만."
아주머니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좀 웃겼다. 시골 아주머니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에너지와 왠지 귀여운 통통한의원.
"암튼 왔으니까 잘 좀 치료해주이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치료해드릴게요.
오늘의 일기 끝.
깨통한의원, 캐통한의원, 통쾌한의원은 여러번 들었는데 통통한의원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
- 2014/05/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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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근개와 이두근의 관련성에 대해 찾아볼 게 있어 이두근을 검색했는데 <마음이 두근두근>이라는 블로그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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